신남방정책에서 환경주류화의 고려가 필요

강택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 연구위원

주변 4강 강대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아세안과의 경제적ㆍ문화적 교류는 주변 4국들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의 인구는 약 6억 5천만 명으로 약 3조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이고 이들 국가의 2017년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5.3%로 향후 경제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우리나라와는 제2위 교역 대상으로 2018년 아세안과의 교역액은 1,599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와 아세안과의 경제적 사회적 협력은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11월에는 부산에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세안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가다듬은 업그레이드버전 신남방 플러스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아세안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자연스럽게 전통적으로 아세안에 관심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오던 국가와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세안과 협력을 과거보다 강화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통해 당장(黨章)에 삽입되었고 이로써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전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일대일로 전략으로 추진 중인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에너지와 교통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투자의 상당 부분은 화석연료에 집중되어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 에너지 부문에 실크로드기금(Silk Road Fund)과 중국 국영기업에서 투자한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비중은 각각 93%와 95%이다1). 또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금융기관은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약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하였다2). 교통 인프라와 경제구 건설 관련하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의 착공, 중국-라오스, 중국-태국 등 범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베트남 간의 초국경 경제협력구가 건설되는 중이다. 인프라사업에 집중되어 경제개발 접근방식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아세안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등에 기반을 둔 해외사업에 있어 낮은 사회환경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거나, 또는 강제성을 띠는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고려로 수원국의 환경오염 및 파괴를 초래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환경오염과 파괴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개발사업이 중국의 자본과 중국 노동력 및 중국기업에 의해 추진됨에 따라 일대일로 연선 국가의 정부와 일반 국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이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아 반발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중국과 아세안 국가 간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크며, 중국의 환경원조 역량도 부족하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경분야에서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협력은 우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아세안과의 협력에서 지속가능한 환경분야에 대한 협력을 주도하는 <중-아세안 환경협력센터>를 2011년부터 설립하였고, 해당 센터를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과 전략 및 계획을 수립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아세안과의 대부분 인프라 사업에 대해 녹색화로 포장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중-아세안 환경협력 행동계획의 세부 내용에서도 녹색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하의 정책도 녹색화와 연계한 협력 전략을 발표하고 기구를 출범하고 녹색금융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녹색화 강조는 인프라 위주 협력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분야에서 우리와 아세안과의 협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고 신남방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환경협력을 포함하는 한-아세안 전반적인 분야에서 ‘한-아세안 협력기금 프레임워크(2017-2020)’와 한-아세안 환경협력 프로젝트 등을 구축하여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아세안 환경협력은 다음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한-아세안 환경협력의 중장기적 계획을 담아내고 있는 전략이 부재하다. 우리는 아직 아세안과의 환경분야를 전담하는 기구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략도 마련되고 있지 못하다. 둘째, 아세안 개별국가들과의 협력 기반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도 베트남 등 일부 국가들에 집중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우리 대외정책 신남방정책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전면에 내세워 주류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번 정부에서 마련한 신남방정책은 아세안에 대해 여전히 정치안보적이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대비되는 상황 속에서 신남방정책을 지속가능한 환경의 관점에서 어떠한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고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3020을 계획하고, 2050년까지 탄소제로(Net-Zero)를 달성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제 한 국가의 경제발전에 있어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려는 불가분의 관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고 있다. 국내 정책과 달리 대외정책 그중 아세안과 인도를 겨냥한 신남방정책에서는 이러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이번 정부 들어 사람의 일상생활과 존엄을 중시하는 인간안보관을 주요 정책에 반영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한 환경의 개념이 사람을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에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지속가능한 환경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의 아세안 정책은 경제적 이윤 창출과 시장 확보라는 관점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는 사람 중심의 접근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신남방정책의 기조하에 아세안과 협력에서 강조할 것은 환경주류화이다. 대외적으로 환경에 대한 강조는 소프트파워 제고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중견국으로서 위상을 확립하는 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신남방정책의 주요 정책에 환경의 고려가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지도 않다. 심지어 신남방정책 추진체인 신남방 비즈니스 데스크도 명칭에서 보이듯이 경제적 측면에 접근하고 있다.

향후 신남방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상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환을 위해 SDGs 목표를 신남방정책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지속가능한 환경의 주류화를 도모한다. 예를 들면, 신남방정책의 기존 비전을 ‘더불어 잘사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통한 평화공동체 건설’로 수정 보완하는 동시에 신남방정책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연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그린뉴딜과 연계하여 K-Pop과 같이 K-녹색 주류화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브랜드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본 내용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2020년 지원을 받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수행한 “중국의 아세안 환경협력 분석을 통한 신남방정책 추진 방안 연구”의 일부 내용을 발췌 정리하였음>

각주

1)Zhou, Lihuan. 2018. “Moving the Green Belt and Road Initiative: From Words to Actions,” World Resources Institute Working Paper, p.3.

2) “China is massively betting on coal outside its borders—even as investment falls globally”(2018. 4. 16), https://www.cnbc.com/2018/04/06/china-is-massively-betting-on-coal-outside-its-shores—even-as-investment-falls-globally.html(검색일: 2020.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