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생태문명 패러다임 : 제도, 정책, 산업, 단체 그리고 담론

* 이 글은 ‘생태 문명 패러다임 전환 연구 관련’ 소모임 자료를 참고하였습다.

생태문명시대에서 말하는 생태주의는 환경 중심의 전통적 연구 시각을 초월한다. 생태문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을 보다 근본적이고 심층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 즉 인간의 권리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생태민주주의로의 전환을 비롯하여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환시대의 첫 단계인 환경 차원의 연구는 법제도적으로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에서 시작한다. 법적 차원의 환경문제는 세계 또는 지역적 ‘환경정의’라는 새로운 시각이 자리 잡은 가운데 환경정의는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이론적 담론과 공동체 운동을 통해 공리적 모델과 문화적 모델로의 이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정의는 국가마다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브라질의 경우 환경보호 그 자체보다는 역사적으로 겪어온 정치-사회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 무토지 농민운동 등 사회적 문제에서 풀뿌리 환경운동 등 환경문제로 확대 전이되는 특이한 과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경정의 도입과 전개 및 결과에 대한 구체적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

생태문명의 가치를 표면적으로라도 존중하던 남미 각국의 정권들이 아마조니아 파괴가 정책과 현실의 괴리로부터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면, 현재 브라질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정부는 아마조니아에 대한 주권적 권리라는 적극적인 개념화를 통해 정책적으로 파괴를 제도화하고 있다. 아마조니아 보호, 더 나아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구체적 실천과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환경보호의 책임 정도에 대한 국가 간, 국가 내 구성원간 인식의 간극 및 인간과 자연의 공생적 또는 의존 관계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 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한 연구 또한 수반되어야한다.

아마존의 산림벌채

또한 아마조니아(Amazônia)를 둘러싼 다양한 차원의 산업 문명 전개 역사가 남미 국가들의 경제논리에서 해석되어 온 가운데 자연 상태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는 브라질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자연권을 바탕으로 주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남미국가들의 정책은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론적로는 대동소이하게 진행되어 왔다. 21세기 초반 남미 정치개혁을 주도하던 좌파 성향의 – 에보모랄레스(볼리비아), 라파엘 코레아(에콰도르), 룰라 및 호세프(브라질) – 정부들은 원주민 자치권 강화 및 자연권 명문화, 사전협의제(FPIC) 도입 시도 등,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 동조했지만 삼림 파괴 금지와 같은 산업문명 차원의 정책을 고수했으며,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부는 아마조니아 파괴에 대한 정부의 독점적 권한을 강조하며 생태문명 전환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권 지역의 생태문명 패러다임 적응 문제가 상기 언급한 내용 외에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본 소규모 연구 모임의 연구 활동은 생태문명 패러다임 전환과 구축이라는 시기적 상황에 부응하여 복잡하고 모호한 과도기적 현실을 브라질을 중심으로 보다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본 연구 모임의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태문명 시대적 상황에서 브라질 개발의 현 주소를 알아보고 평가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산업문명시대를 통해 개발과 훼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마조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브라질과 이 지역을 국토에 포함하고 있는 다른 남미의 국가들 –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가이아나,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까지 연구 범위를 넓혀 다양한 차원의 생태문명 요소들과 함께 브라질 영토와 토지제도 및 경제적 활용 범위를 분석함으로서 산업문명과 생태문명 시대의 아마조니아의 정체성과 경제성을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개별 공동체의 실천이나 단일 국가의 정책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더불어 아마조니아 보호와 개발을 주창하는 이들이 초국적 연대를 통해 각각의 입장을 개념화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남미 국가별(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아마조니아 산림 파괴 현황에 대한 데이터 수집, 정책적 비교(FPIC 도입과 시행 여부, 보호구역내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 법안 등), 환경보호단체의 역할 및 국제적 활동 단체와의 연대 등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분석함으로써 아마조니아 보전과 개발에 대한 상충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보다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브라질의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과 관련해서 브라질의 산업문명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살펴볼 수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주요 행위자들의 선택과정에서 생태문명이 선택적 패러다임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는지도 논의가 되리라고 본다. 특히 주요 행위자인 환경 단체가 지니고 있는 환경과 원주민의 관계를 통해 생태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