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
(가제 : 풍토병이 지킨 제국: 환경사적으로 접근한 대앤틸리스 제도의 역사, 1620-1914)

최명호 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2010년 발간된 이 책은 환경학, 생태학, 지역사 그리고 지정학 등 학제적 연구의 결실이다. 식민지 정복 이후 스페인 제국이 성립한 과정과 서구 열강의 도전과 스페인 제국의 대응, 그리고 20세기 초반까지의 대앤틸리스1), 카리브해 도서지역의 혁명사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 인간이 주도한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를 매개로 한 두 풍토병, 황열병과 말라리아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데, 질병을 중심으로 국제관계와 역사 그리고 그 배경을 기술하는 독창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카리브 지역의 “질병사”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맥닐은 초기 라틴아메리카 식민사 혹은 스페인 제국사를 환경/생태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서술을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같이 두 세계가 처음 만났을 때, 유럽인들은 천연두, 페스트 등 신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질병으로 인해 유리했을 것이란 통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식민지를 건설한 초기 유럽 이주민들이 생태질서를 파괴 혹은 변화시킴으로 인해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1910년 이전 카리브해의 도서지역을 “통치”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맥닐은 이런 상황이 17세기 후반 대농장의 성립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대서양을 횡단하였던 삼각무역으로 인해 말라리아와 황열병 발병 요인인 모기 속(genus, 屬)이 전파되었고 현재와 비슷하게 대규모 숲, 산림지역을 파괴하여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듦으로 인해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한 일반적인 전염병이 토착화되는 과정과 같이 100여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 전염병이 토착화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어떻게 영국, 프랑스 등의 서구열강과의 경쟁에서 식민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또한 18세기 말 19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에서 영국과 스페인이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원인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질병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역사는 인간만이 모든 현상의 주체라는 우리의 선입견을 해체하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코로나19의 대유행 상황에 우리가 느끼고 있는 무력감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가능케 한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황 설명”, “제국의 모기”그리고 “혁명의 모기” 이렇게 세 부분이다. 첫 부분인 “상황 설명”은 환경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앞으로 이 책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구대륙에서 들여온 새로운 가축의 유입과 동시에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종의 유입도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질병이 유행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 의학 수준은 천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한 4체액 이론 등 중세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인종에 대한 선입견과 집단면역의 무지 등으로 인해 병의 원인도 그 치료법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저지대가 아닌 고지대에 병력을 배치하고 청결을 강조하는 새로운 위생요건을 강조했고 흑인 혹은 흑인 혼혈인 물라토 여성과 동침하는 방법으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 했다. 이런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전염병과 싸워왔다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 혹은 환경의 파괴, 이윤을 위한 인위적 새로운 만남은 결국 새로운 전염병을 야기했으며 그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비합리성을 드러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집단면역이 생기면서 미신적 믿음이 굳어지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인 “제국의 모기” 부분에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저자의 주장이 등장하는데, 대앤틸레스 제도를 중심으로 한 ‘제국’의 흥망성쇠가 모두 생태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세력이 신대륙에 처음 진출하면서 페스트 등의 전염병이 원주민 사회의 권력구조를 해체한 것과 같은 사건이 라틴아메리카 식민지 개발 전선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에게서도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파나마 다리엔(Darien)지역에 정착하려 했던 스코틀랜드 세력과의 전쟁과 현재는 우주기지인 기아나 우주 센터로 잘 알려진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Kourou) 지역에서 있었던 영토분쟁에서 황열병 등 이미 토착화된 질병은 유럽에서 바로 건너온 이들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는 것이다. 18세기까지 스페인이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를 경영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환경적 요인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1742년 콜롬비아의 까르따헤나, 1762년 쿠바 아바나에서 있었던 전쟁에서 스페인의 전략은 고구려의 청야전술과 비슷하게 성문을 닫고 버티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모기 매개 전염병은 침략자를 참혹하게 학살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혁명의 모기”는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인데 미국의 독립전쟁 과정에서 말라리아가 유행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영국군과 전쟁을 함으로 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아이티 혁명 과정에서도 이미 집단면역이 생긴 흑인 혁명군에 비해 유럽 세력은 아주 공격적인 질병환경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결국 성공할 수 있었으며 아이티의 성공은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의 열망을 불어넣었고 동시에 유럽의 제국주의가 쇠퇴하고 상대적으로 라틴아메리카 환경에 익숙하고 각종 전염병에도 익숙했던 미국의 제국주의가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학제적 연구의 결실이라는 점,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카리브해의 도서지역 근현대사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 환경/생태/질병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 등에서 출판할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역사라는 측면에서 카리브해 도서지역이라는 특수지역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며 식민초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 라틴아메리카 역사는 식민이전 시대, 식민지 정복 초기 그리고 독립시기 등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고 그 외에는 정치경제를 중심으로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고리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할 것이다. 물론 질병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은 현재 코로나19의 판데믹 상황에 인문학적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존 로버트 맥닐은 환경사 연구자이며 조지타운 대학의 교수이다. 그는 생태학에 기반을 둔 환경사의 선구자로 유명하며 2000년에 발간한 “태양아래 새로운 것: 20세기 환경의 역사”라는 책을 발간하며 20세기부터 시작된 전례 없는 환경파괴를 야기한 인간의 모든 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2) 근대화, 산업화를 생태/환경이라는 초점을 통해 논쟁적이며 반성적으로 성찰케 했다. 2001년 세계역사학회와 세계산림학회(Forest Society)의 올해의 도서상, 2010년 토인비 재단 올해의 도서상, 전미역사학회 올해의 도서상, 전미출판협회 유럽 및 세계사 부분 올해의 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2010년에 받은 상은 모두 “Mosquito Empires”로 받은 것이다. 2017년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Sciences)에 정식회원으로 위촉되었고 2018년 하이네켄에서 주최하는 하이네켄상 역사부분 수상자이며 2019년 미주 환경사학회에서 석학 학술상(Distinguished Scholar Award)을 수상했다.

<주석>

1) 대앤틸리스 제도에는 쿠바,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영국령 케이맨 제도가 속해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2) 국내에는 “20세기 환경의 역사”라는 서명으로 홍욱희가 번역하고 에코리브르에서 발간되었고 현재는 절판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맥닐의 유일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