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카의 3가지 캘린더 시스템과 문명의 모델

권봉철 박사

아스테카(Azteca)라는 용어는 통상 나와틀(Nahuatl)어 전통의 멕시코 고원지대 문명을 일컫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기원 전후의 테오티와칸(Teotihucan) 문명에서부터 톨테카(Tolteca)를 거치며 형성되어 온 멕시코 중앙 고원지대의 나와틀어 문명권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다. 주로 유럽과 미국 등의 멕시코를 벗어난 지역에서 19세기 이래 기존의 아스테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좁은 의미로는 아스테가 제국의 중심지인 멕시코(Mexico) 섬을 구성했던 테노츠티틀란(Tenochtitlan)과 틀라텔롤코(Tlatelolco)의 사람들과 문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스테카 문명은 16세기 당시 스페인 군대와 직접 정복 전쟁을 했던 당사자이기도 하고, 이후 이어지는 영혼의 정복, 즉 기독교 선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타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의 다른 하위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사료를 남기게 되었다. 따라서 그들의 언어였던 고전 나와틀어(Classical Nahuatl)와 고사본 자료들(Codices)은 메소아메리카학 연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아스테카 문명이 전하는 “3가지 캘린더 시스템과 문명의 모델”을 통해서 메소아메리카 문명권이 지니는 문화적 맥락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아스테카의 3가지 캘린더 시스템이 지니는 시∙공간 의식은 메소아메리카 문명권의 고유한 특징과 그 내부적 논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스테카의 캘린더 시스템은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태양력의 1년 365일을 20진법에 따라 18개월로 나눈 것이다(365일=360일+5일). 아스테카 언어, 즉 고전 나와틀어(Nahuatl /nawaλ/)로는 셈포왈라포왈리(Cempohuallapohualli, /sempowalapowali/)라고 하고, 고대 마야(Maya)어로는 합, 혹은 하압(Haab/ hāb/)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메소아메리카의 고유한 시스템으로 13수(Trecena)를 한 주기로 하여 20일을 조합하는 캘린더이다(260일=13×20일). 나와틀어로는 토날포왈리(Tonalpohualli, /tonalpowali/)라 하고, 고대 마야어로는 쏠킨(Tzolkin, /¢olkin/)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는 위의 두 가지 캘린더가 서로 바퀴(Calendar Wheel)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이루는 조합, 즉 18,980일인 태양력 52년 주기를 계산하는 캘린더 시스템이다(365일x52년=18,980일). 나와틀어로는 쉬우포왈리(Xiuhpohualli, /šiwpowali/)라고 한다.

이러한 아스테카의 캘린더 체계 역시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20진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진법 체계는 메소아메리카 문화의 기본 바탕이 되었으며, 메소아메리카 전체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점(•)과 가로 막대(−)를 이용한 단순한 방식이지만, 자릿수 개념과 함께 0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 다섯 수가 한 그룹을 이루고, 총 4그룹으로 구성된 20진법이 한 단위가 된다. 20수의 곱으로 단위가 20, 400, 8,000으로 바뀐다. 4그룹으로 나눠지는 20진법 단위 체계는 4방위를 바탕으로 하여 나뉘는 우주론적 4분법이라는 모델의 바탕이 된다.

캘린더 체계에서는 고전기 마야의 장 주기(Cuenta Larga)에서 날짜를 계산하기 위해 20 다음에 360 (20×18), 7,200으로 계산했다.[i] 그러나 장주기 시스템은 서기 909년 마야 유적지 토니나(Toniná)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ii] 이후 메소아메리카의 후기 고전기 시대에는 상기한 3가지 캘린더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조합을 통해 해당 날짜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장주기와 비교해서 순환 캘린더 시스템(Calendar Wheel)이라고 한다. 아스테카의 3가지 캘린더는 이 순환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각 캘린더의 조합은 숫자와 아이콘(Icon)으로 표현된다.

365일 캘린더, 셈포왈라포왈리 (Cempohuallapohualli)

일 년 주기의 태양력은 365일을 기준으로 20진법에 따라 나누게 되면 18개월과 나머지 5일로 구성된다. 20진법에서 숫자 20은 완전체, 완성 상태를 의미한다. 나와틀어로 ‘완전하다’는 의미의 셈(cem)과 ‘계산하다’, ‘읽다’라는 동사(pohua)를 통해 만들어진 복합어 셈포왈라포왈리는 20일 단위의 캘린더라는 의미를 갖는다. 20일 단위의 18개월에서 나머지 5일은 ‘쓸데없이 덧붙여지다’라는 의미의 네몬테미(Nemontemi)라고 불리지만, 다른 2개의 캘린더와의 관계에서 서로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일 년 주기 태양의 관찰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지점을 지평선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피라미드 위의 신전이 동쪽에서 서쪽을 보고 있으므로 당연히 해가 뜨는 지점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태양이 떠오르는 지점은 피라미드를 좌우로 동지에서 춘분을 거쳐서 하지까지 움직였다가 다시 추분점을 지나 원래의 동지 지점까지 되돌아온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20일 단위의 18개월이 배열된다.[iii] 그리고 메소아메리카 지역은 건기와 우기로 분명하게 양분되기 때문에 일 년 주기의 캘린더 배분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러한 캘린더 시스템을 “지평선의 캘린더”라고 명명하기도 한다.[iv]

365일 캘린더에서 20일 단위의 1부터 20까지는 첫째 날짜부터 스무 번째의 날짜를 의미하게 된다. 260일 캘린더의 20일이 각각 고유한 이름을 지니는 것과 비교가 된다. 둘 다 20일을 단위로 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5일은 18번째 개월 마지막에 위치한다. 18개월은 각각 고유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v] 그러나 다양한 지역과 상이한 생태계 환경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날짜와 순서도 다른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메소아메리카에서 후기 고전기에는 장주기 시스템이 사라지고 순환 캘린더 시스템만 사용하다 보니 지역마다 시기에 따라 시스템의 일관성이 사라지게 되었다.

260일 캘린더, 토날포왈리 (Tonalpohualli)

태양의 하루 주기를 기준으로 관찰하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은 쉽게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해가 아침에 떠올라서 천정(正午 정오, Tonalnepantla)에 이르렀다가 다시 해가 서쪽으로 지게 된다. 반대로 밤에는 자정(子正, Yohualnepantla)에 이르렀다가 아침에 다시 해가 떠오르는 것을 추론하게 된다. 해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는 과정을 수직으로 관찰하면, 정오에서 자정에 이르는 가상의 선을 통해 하루의 시간을 4분할 하게 된다. 이 밤과 낮의 하루 전체를 나와틀어로 토날리(Tonalli)라고 하는데 사주명리(四柱命理)학의 일주(日住)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토날리를 계산하는 캘린더 시스템이 토날포왈리이다.

이 토날포왈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일 단위의 날짜가 13이라는 숫자 단위로 나누어 조합이 된다는 것이다. 즉, 20일 x 13 = 260일로 구성된다. 13일의 단위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7일의 일주일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7이나 13이라는 단위는 자연환경에서 현상적으로 쉽게 나타나는 구분 단위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고도의 문화적 상징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한 사회의 관습(Convention)을 나타내는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

이 캘린더의 특징은 각각의 날짜가 고유의 이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한 이름은 태어난 아기의 운명을 나타내고, 때로는 중요한 신이나 영웅의 상징적 이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20개의 이름은 고전 나와틀어로 표기되어 있어 현대 나와틀어로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있다. 마야 쏠킨 캘린더의 20개 기호와 기본 구조는 같지만 약간의 차이도 있다. 그 이름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악어 (cipactli, 시팍틀리), 2. 바람 (ehecatl, 에헤카틀), 3. 집 (calli, 칼리), 4. 도마뱀 (cuetzpalin, 퀘쓰팔린), 5. 뱀 (coatl, 코아틀), 6. 죽음 (miquiztli, 미키스틀리), 7. 사슴 (mazatl, 마사틀), 8. 토끼 (tochtli, 토츠틀리), 9. 물 (atl, 아틀), 10. 개 (itzcuintli, 이쓰퀸틀리), 11. 원숭이 (ozomatli, 오소마틀리), 12. 꼬인 줄 (malinalli, 말리날리), 13. 갈대 (acatl, 아카틀), 14. 재규어 (ocelotl, 오셀로틀), 15. 독수리 (cuauhtli, 콰우틀리), 16. 소필로테 (cozcacuauhtli, 코스카콰우틀리), 17. 움직임 (olin, 올린), 18. 규석 (tecpatl, 텍파틀), 19. 비 (quiyahuitl, 키야위틀), 20. 꽃 (Xochitl, 쇼치틀).

16세기 중반의 프란체스코 사제였던 사아군(B. Sahagún)과 나와틀 원주민 귀족 자제들로 구성된 정보제공자들이 나와틀어와 스페인어를 병기해서 작성한 피렌체 고사본(Códice Florentino)에는 260일 토날포왈리 시스템이 천연색 그림과 함께 잘 표현되어 있다.[vi] 이 토날포왈리 시스템은 메소아메리카 문화를 특징 지울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고유한 캘린더이기도 하다. 독일 출신 메소아메리카 학자였던 젤러(Eduard Seler, 1849-1922)는 토날포왈리를 “종교적 지식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했다.[vii] 각 날짜의 기호와 의미는 260개의 범주화를 통해 태어나는 아기의 운명을 가늠하고 신성을 표현하는 원주민 문화의 고유한 상징 체계이다.

52년 캘린더, 쉬우포왈리 (Xiuhpohualli)

쉬우포왈리는 한 해, 두 해라고 할 때의 연도를 나타내는 쉬위틀(Xihuitl)과 ‘계산’(pohualli)이라는 말을 합해서 만들어진 단어로 연도를 계산하는 캘린더를 의미한다. 나와틀 전통에서 연도를 나타내는 방법은 토날포왈리 캘린더의 20개 날짜 기호 중에서 4개, 즉 갈대 (Acatl, 아카틀), 규석 (Tecpatl, 텍파틀), 집 (Calli, 칼리), 토끼 (Tochtli, 토츠틀리)와 1부터 13까지 숫자를 차례로 대응(4 x 13)시켜 52개의 조합으로 만들게 된다. 이때 갈대, 규석, 집, 토끼는 각각의 연도, 즉 시간을 표상하는 기호이지만 동시에 동쪽, 북쪽, 서쪽, 남쪽을 왼쪽으로 순서대로 돌아가며 공간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각 방위 별로 갈대는 동쪽, 규석은 북쪽, 집은 서쪽, 토끼는 남쪽을 나타내는 기호로서 숫자 1부터 13까지 차례로 조합된다. 1-갈대(1), 2-규석(2), 3-집(3), 4-토끼(4) 순서로 동, 북, 서, 남이 한 바퀴 회전하면, 다음 칸의 5-갈대(5), 6-규석(6), 7-집(7), 8-토끼(8)가 이어지고, 한 바퀴가 다 돌면 그다음 칸, 또 그다음 칸으로 이동해서 결국 10-갈대(49), 11-규석(50), 12-집(51), 13-토끼(52)에 이르러 하나의 사이클, 즉 52년 1주기를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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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카의 3가지 캘린더 시스템인 셈포왈라포왈리(365일 캘린더), 토날포왈리(260일 캘린더), 쉬우포왈리(52년 캘린더)는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며 52년간 18,980일의 조합을 만들어 낸다. 52년의 한 주기가 지나면, 세 가지 톱니바퀴의 조합은 새롭게 부팅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60진법에서 갑자(甲子)년이 새로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쉬우포왈리(Xiuhpohualli) : 4 (연도 기호) x 13 (단위 숫자) = 52 년 1 주기 (18,980일)

토날포왈리(Tonalpohualli) : 260일 x 73주기 = 18,980일

셈포왈라포왈리(Cempohuallapohualli) : 365일 x 52주기 = 18,980일

조합된 각각의 날짜들은 고유한 기호, 즉 도상과 숫자라는 지표를 획득하게 되어 고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 각각의 고유하게 범주화된 모델들은 시간과 공간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며, 끊임없이 움직이며 순환하는 아스테카의 우주 변화 원리를 나타낸다. 이런 캘린더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구도가 후기 고전기 마야 문명권에서도 나타난다. 메소아메리카 문명권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공유했기 때문이기로 하다.

이렇게 아스테카 문명에서는 태양을 관찰하면서 정교한 3가지 시∙공간을 아우르는 캘린더 시스템이 정립되었다. 자신의 고유한 인식 모델을 통해 그들이 위치한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인식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한 문명 모델을 형상화한 것이다. 아스테카 문명의 3가지 캘린더는 시간과 공간을 범주화하고 각각의 범주를 기호(Sign)로 재현한 대표적인 문화 모델이다. 각각의 캘린더 기호 자체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에게는 모든 순간과 현존의 공간이라는 모델(Model)로서 작용했다. 하나의 문명권은 자신의 고유한 인식 모델을 통해 인식되고, 또한 각자의 문명 모델을 다르게 표현했다. 이렇게 아스테카 문명에서는 태양을 관찰하면서 캘린더 시스템을 정립하고, 태양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그 문명의 모델을 형성했다. 아스테카의 3가지 캘린더는 한 문명의 모델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원리이기도 한 것이다.


[i] 정혜주 (2020), 「13.0.0.0.0이 의미하는 마야의 세계관」, 『중남미 연구』, 39(2), 226쪽.

[ii] Bernal Romero, Guillermo (2012), “La cuenta larga y la máquina del tiempo”, Arqueología Mexicana, 19(118), 30-37.

[iii] 권봉철 (2023), 「메소아메리카의 시∙공간 융합 개념: 나와틀 전통의 내재적 이원론과 우주론적 4분법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연구』, 36(3), 61-88쪽.

[iv] Broda, Johanna (2001), “Astronomía y paisaje ritual: el calendario de horizonte de Cuicuilco-Zacatepetl”, Johanna Broda et al. (eds.), La Montaña en el paisaje ritual, 179-183.

[v] 1. Atl Cahualo, 2. Tlacaxipehualli, 3. Tozoztontli, 4. Huey Tozoztli, 5. Toxcatl, 6. Etzalcualiztli, 7. Tecuilhuitontli, 8. Huey Tecuhilhuitl, 9. Tlaxochimaco, 10. Xocotl Huetzi, 11. Ochpaniztli, 12. Teotleco, 13. Tepeilhuitl, 14. Quecholli, 15. Panquetzaliztli, 16. Atemoztli, 17. Tititl, 18. Izcalli, 나머지 5일 Nemontemi. (권봉철 (2023), 72쪽)

[vi] Códice Florentino (1979), Mexico: Gobierno de la República. Vol. 4, Fol. 34.

[vii] Seler, Eduard (1903), Codex Vaticanus No. 3773 (Codex Vaticanus B). Berlin: Edinburgh University,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