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루 관계 현황과 한국에 대한 관심

까를로스 알베르또 아끼노 로드리게스(Carlos Alberto Aquino Rodríguez)

산 마르꼬스 국립대 아시아 연구 센터 소장(Director del Centro de Estudios Asiáticos de la UNMSM)

대한민국은 페루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한 국가가 되고 있다.  페루의 경우 2020년 대 한국 수출액이 23억 4800만 달러 (2010년 ~  2020년? 수출액 2.6배 증가)를 기록하며 한국은 페루의 4위 수출 대상국이 되었고 현재 중국과 일본의 뒤를 이어 페루의 아시아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이다. 페루 역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중남미 핵심 협력국이 되며 한국에게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페루와 한국의 외교 관계사는 중국, 일본에 비하면 그리 길지 않다. 페루는 1963년 한국과 국교를 수립했지만 경제관계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이다. 1998년 페루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에 가입하면서 경제관계가 강화되며 2011년 양국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발효되었다.

페루에는 최근 40~50년 사이에 이민 온 한인들의 공동체가 있다. 박만복 감독은 1972년 페루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기 위해 온 유명한 지도자로, 실질적인 첫 한국인 이민자이다. 또한 태권도 세계 챔피언 이기형 사범은 1973년 페루에 와서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 두 명 덕분에, 배구와 태권도는 페루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페루에는 1,500명의 한인공동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아시아계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삼성 스마트폰, 삼성, 대우, LG 가전 제품을 비롯한 한국 제품 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과 드라마, 화장품도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현상의 대부분은 k팝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k팝은 페루에서  k뷰티를 유행시켰다. k팝 이전에는 페루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심어 주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 처음 선보인 한국 드라마는 배용준이 출연한 ‘겨울연가’로,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페루 TV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내 아내조차도 한국 드라마의 팬이 되었다(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아내와 함께 여러 개를 시청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는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함께 연기한 “사랑의 불시착”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도 점점 대중화되는 추세로,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 중 하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여러 개 수상한 작품이다. 이 모든 점들이 페루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페루에는 K팝 팬클럽이 많다. 팬클럽들은 종종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기 위해 대회(주로 k팝 댄스대회)를 열기도 한다. 때때로 그들은 특히 춤으로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K팝 열풍으로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어는 중국어나 일본어와 비교해 배우기 쉬운 언어이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한국 대사관은 매년 한국어 대회를 주최하는데, 어떤 참가자를 보면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깜짝 놀랄 정도다. 약 10년전에는 리마의 한 대학에 한국 문화와 언어를 전파하기 위해 남미 최초의 세종학당이  설립되기까지 했다.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한국대사관이 다시 세종학당을 열 방안을 모색 중이다.

페루에서는 인터넷 플랫폼 등을 통해 k팝과 k드라마는 매우 쉽게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k뷰티 제품은 구하기 쉽지 않다. 한국 화장품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지만 판매하는 곳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 얼마전에는 한국대사관이 제공해준 덕분에 한국산 방호마스크를 사용해 봤는데,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페루에 판매할 수 있는 한국제품은 아직도 많이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음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여러 한국 식당이 있다. 한국 식당이 밀집해 있는 거리가 있을 정도다. 페루에서도 매운 음식을 먹기 때문에 페루인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김치 외에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비빔밥, 불고기, 부침개 등이다. 또한 최근 3년에는 빙수라는 디저트가 리마에 들어오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을 제공해 현재 많은 페루 학생들이 한국에서 유학하며, 경제나 공공 정책, 행정, 무역 등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권위 있는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은 특별히 다수의 페루 학생들을 초청해 왔다.

페루에서 한국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 연구소가 있는 대학은 3곳이고,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맡고 있는 아시아 연구소인 CEAS이다. 아시아에서 석사를 마친 연구원이 두 사람 있는데, 한 명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또 한 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 중 한 명은 현재 ‘새마을 운동과 한국 발전에 있어서의 그 역할’이라는 세미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CEAS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국 대학들과 국제적인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