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엑소더스>, 콜롬비아에 끼친 5년간의 영향은?

정한욱 (주콜롬비아 공사참사관 )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특히, 어린아이를 동반한 베네수엘라인 젊은 부부들이 일정 장소에 자리를 정하고 오가는 사람에게 구걸하거나, 쓰레기 수거 봉투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이주민들의 모습이 정형화되어 있다시피 하다. 그들은 주택가를 다니며 먹을 것을 달라고 큰 소리로 목청껏 외치기도 한다. 거리의 악사가 되어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는데도 열심히 노래하며 행인이나 주민들의 동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동양인을 보면‘니 하오’라고 말을 걸며 도와달라고 한다. 콜롬비아 이민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보고타에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이주민은 약 35만 명에 이른다.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콜롬비아로 유입된 지 올해로 5년째다. 유입 초반에는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 타국으로 가기 위해 콜롬비아가 중간 통로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 국가들이 베네수엘라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더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창궐 이후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콜롬비아에 일단 눌러앉으려는 이주민이 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세에 있다.

1. 베네수엘라 이주민 체험담

ㅇ 마이콜 라미레스

마이콜 라미레스는 콜롬비아 커피 생산지역인 페레이라 주에서 커피 수확 일감을 찾으러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집에서 가방 하나, 신발 두 켤레, 어머니가 싸 주신 간식거리로 아레파를 챙겼다. 콜롬비아 국경이 봉쇄되었지만, 용케 통과하여 일단 콜롬비아로 들어가서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오는 길에 만난 자국 동포들과 아레파를 나눠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다. 전에 그는 콜롬비아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가 터지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집세 낼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다시 베네수엘라로 귀국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상황이 콜롬비아 상황보다 좋지 않아서 다시 콜롬비아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전에는 이동 중에 차를 태워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서인지 모두가 태워주기를 기피 했다. 그는 콜롬비아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보다는 생활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일감을 구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해서 걷고 또 걸었다.

ㅇ 헤네시스 모레노

헤네시스 모레노는 콜롬비아로 넘어온 것이 벌써 세 번째이다. 지난 4월 초 콜롬비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단 베네수엘라로 일시 귀국했으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그나마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콜롬비아로 다시 넘어오게 되었다. 그는 가능하면 베네수엘라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콜롬비아에서 돌아오는 자국의 국민을 생물학적 무기(armas biológicas) 라고 비하하면서 물질적 도움을 거의 주지 않았다. 어쩌다 일을 하더라도 베네수엘라에서 받는 보수라고는 겨우 2.63 달러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그는 콜롬비아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세 번째 다시 온 콜롬비아 상황은 예전 같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의 확산으로 모두가 베네수엘라에서 오는 이주민들을 기피했다. 임시 거처도 방역을 이유로 폐쇄되었다.

ㅇ 에스텔 아코스타 (원래 발음은 경음이지만 국어 맞춤법에 따르면 격음으로 표기토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케 대통령도 두께라고 발음은 하지만 두케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8일 에스텔 아코스타는 거주지인 라 크루스를 출발하여 사흘 만에 12월 11일 보고타에 도착했다. 정식으로 여권을 발급받아 콜롬비아에 입국하려고 했지만, 돈을 내도 여권 발급을 해주지 않고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비정상적인 방식을 택했다. 그는 대학을 다니던 중 경제 사정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개인 클리닉 비서로 일했는데, 이마저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자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보고타까지 안내하는 브로커에게 100달러를 지불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 100달러는 이동수단, 숙박, 식사 등을 다 포함한 일종의 패키지 경비였다. 베네수엘라에는 돈을 받고 콜롬비아까지 안내하는 브로커가 많이 있었다. 50여 명이 한 버스에 타고 브로커가 안내하는 대로 움직였다. 국경까지 가는 데 검문소가 있었으나, 브로커와 이미 합의했는지 모른 척하는 곳이 많았고, 일부 검문소는 여행자들에게서 돈이나 물건을 갈취하기도 했다. 일단 국경에 도착한 후‘트로차(trocha)’라고 알려진 비정상 루트를 따라 밤에는 숲속을 걷고 낮에는 강을 건넜다. 브로커들이 이미 많은 강가에 나무로 임시 다리를 설치해 놓아서 건너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콜롬비아에 들어온 후 음성적인 일을 제안해 오는 곳이 많이 있었으나, 그는 모두 거절하고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일을 하고자 했다. 돈이 좀 모이면 엄마와 언니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사진 출처: Radio Caracas TV) (사진 출처: Radio Caracol)

유엔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치, 경제 및 사회 위기로 자국을 떠나 탈출 길에 오른 베네수엘라 국민은 약 510만 명에 이른다. 베네수엘라 엑소더스라고 일컬어지는 대규모 탈출은 전 세계 난민 중 시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그 규모가 큰데,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탈출구가 없으며 그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는 주변국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과 달리 역사적으로 이주민을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는 국가인데, 현재는 전례 없는 이민문제에 휩싸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국을 떠나서 가장 많이 향하는 국가는 약 2,200여 킬로미터를 국경으로 접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동질성이 큰 콜롬비아다. 2020년 6월 기준 콜롬비아에는 베네수엘라를 떠난 510만 명 중 36%인 1,764,883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 중에 약 1% 미만인 18,000여 명만이 난민 지위 자격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대거 유입된 지 5년이 된 2020년 현재 콜롬비아 정부는 재원 부족과 중앙정부 및 지역 정부의 수용 및 보호 능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이주민으로 인한 문제가 각종 사회, 경제 문제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 콜롬비아는 왜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받아 주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인들은 왜 이토록 많이 콜롬비아로 향하는 것일까? 우선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1819년까지 <그란 콜롬비아>를 구성하며 한때 하나의 국가를 구성한 적이 있다. 이 두 나라는 시몬 볼리바르 지휘하에 에스파냐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민족이다.

또한, 70년대 콜롬비아에서 무장반군단체, 좌익 반정부단체, 우익민병대, 마약 카르텔 간의 무력 분쟁이 확산하면서, 콜롬비아인들이 내전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베네수엘라로 이주했다. 그리고 차베스 집권 시절 유가 고공행진으로 베네수엘라의 1인당 소득이 콜롬비아 1인당 소득의 4배가 넘을 정도로 경제가 호황이었을 때, 콜롬비아인들은 베네수엘라로 대거 이주하여 일자리를 구했다. 정확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1년 베네수엘라 인구 조사 결과 약 72만 명의 콜롬비아인들이 베네수엘라에 거주하고 있었다. 최근‘베네수엘라에 거주하는 5백만 명에 달하는 콜롬비아인들’이라는 마두로의 발언에 인용된 5백만 명이라는 숫자는 신빙성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여튼 콜롬비아가 어려웠을 때 도와줬던 베네수엘라에 대한 보은 의식과 앞서 서술한 역사적 배경이 오늘날 콜롬비아의 베네수엘라 이주민 포용 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다.

콜롬비아 두케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민주 질서 회복을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일반 국민을 마두로 정부 및 그 추종세력과 분리하여 인도적으로 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 베네수엘라 국민의 콜롬비아로의 유입 배경과 경과

콜롬비아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8월 20일 베네수엘라 정부와 콜롬비아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를 이루게 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콜롬비아인 22,000명을 추방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다가 사실상의 대규모 이주는 2015년 11월 초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일일 평균 40,000여 명이 입국하여 2,000여 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였고, 나머지는 생필품 구입을 위해 하루에도 몇 차례 국경을 통과하는 이주민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발생 전인 2019년도 상반기의 유엔난민기구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이주민 응답자의 64%가 소위‘트로차(trocha)’라고 불리는 비정상 루트를 통해 입국했다고 응답했다. 트로차는 사전적 의미로 좁은 길, 지름길, 사이길 등을 뜻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콜롬비아 국경을 넘을 때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지금은 이 용어가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비정상 이동 루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접하고 있는 국경 2,200여 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수백 개에 달하는 비정상 루트는 매우 위험성이 크고, 주로 콜롬비아 무장반군인 국민해방군(ELN) 등 불법 무장조직과 인신매매조직 등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자칫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피해자가 되기 쉽다. 비정상 루트를 통해 입국한 이주민 중 많은 사람은 이동 중에 폭력, 강도, 성폭력 등의 경험이 있다. 콜롬비아 평화재단 (Fundación Ideas para la Paz)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접경지역에서 암약하고 있는 무장조직들이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강제로 징용하여 소규모 마약 밀매 운반책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창궐 전,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콜롬비아로의 유입 유형은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콜롬비아 외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콜롬비아를 거쳐 가는 통과 이주자, 두 번째는 소정의 신분증이나 출입국 서류 없이 들어와 체류하는 불법 이주자, 세 번째는 생필품을 공급받기 위해 단기간 이주하는 자들로 장기 거주 의지가 없는 임시 체류자, 네 번째는 콜롬비아 이민청으로부터 체류 허가를 받은 합법 체류자, 다섯 번째는 오래전에 베네수엘라로 이주해와서 거주하는 동안에 베네수엘라에 위기가 발생함으로 인하여 콜롬비아로 역이민 와서 콜롬비아 국적을 취득하려고 하는 귀환자 등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가 장기화하는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이 콜롬비아로 이주하려는 목적은 다소 변하고 있다. 2015년 이전까지는 콜롬비아에서 직업을 갖기 위한 비자취득이 이주의 주된 목적이었다. 베네수엘라 위기가 확대되면서 2015년 8월부터 유입된 베네수엘라 국민은 이미 콜롬비아에서 국적을 취득한 가족들 덕분에 체류가 좀 더 쉬워진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2016년부터는 베네수엘라 경제사회 위기가 악화되면서 자국 내에서 여권을 발급받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자, 최소한의 신분증이나 관련 서류도 없이 무작정 콜롬비아로 향하는 이주민이 급증하였다.

2020년 9월 기준 콜롬비아에 체류 중인 약 176만 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 약 76만 명만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취득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창궐 후 강력한 방역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콜롬비아 지역 간 이동이 봉쇄되고 자가격리가 시행되었다. 그렇게 되자 일자리를 잃은 베네수엘라 이주민 약 90만 명이 8월까지 120여 대의 버스를 이용하여 자국으로 귀국하였다. 그 후 9월에 콜롬비아에서 경제 활동이 재개되자 다시 역이주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이주민 수가 일일 평균 600명에 달하게 되었다. 콜롬비아 정부는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여전히 양국의 국경을 폐쇄하고 있지만, 불법 이주민들은 은밀한 루트를 이용하거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하루에도 수백 명씩 도보를 이용하여 콜롬비아로 이동하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콜롬비아 이민청, 유엔난민기구, 국제이주기구, 교육부 등의 종합 통계에 따르면, 콜롬비아 전역에서 베네수엘라 이주민 밀집 거주 지역은 수도 보고타에 이어, 베네수엘라에서 비교적 가까운 노르테 델 산탄데르 주, 아틀란티코 주 등 콜롬비아 북부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의 성별 비율(2018년 7월 발표 자료)을 보면, 남자가 51%, 여자가 49%를 차지한다. 30세까지의 비중이 59%, 18세~29세까지의 비중이 36%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의 유입이 많다. 특히 17세까지의 청소년층이 16%를 차지하며, 이는 이주민 문제에서 청소년 교육의 문제가 잠재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3. 콜롬비아 정부 및 국제사회의 지원

콜롬비아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원칙하에 베네수엘라 난민 및 이주민에 대한 포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입 초기에는 국경을 개방하여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에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일시적 및 합법적 체류 지위를 부여하였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는 국경 임시 통행증(Tarjeta migratoria de tránsito fronterizo)을 발급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일일 평균 5만 명이 콜롬비아 국경을 넘었다. 2017년~2018년 130만 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에게 국경 통과 온라인등록제를 시행하였으며, 콜롬비아 이민청은 특별 체류 허가증(Permiso especial permanente, PEP)을 발급하였다.

2020년 1월 콜롬비아 정부는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쉼표 삭제) 2019년 11월 29일 이전까지 입국한 이주민 중 일자리를 제공받은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에게 기존의 특별 체류 허가증(PEP)을 변형한 특별 체류 허가증(Permiso especial de permanencia para el fomento a la formalización: PEPP)을 부여하여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콜롬비아 정부는 2015년 8월 19일 이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베네수엘라 이주민 자녀들에게 콜롬비아 국적을 부여하였다. 그리하여 45,000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아이들이 콜롬비아 국적을 얻었다. 또한, 베네수엘라 이주민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현재 약 346,000명의 청소년이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EU 등 전통적인 원조 공여국들이 금전적,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및 국제이주기구 등의 국제기구들도 콜롬비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콜롬비아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접수한 지원 금액은 약 9천 6백만 달러로서, 베네수엘라 이주민 1인당 약 68달러에 해당한다.

4. 우리 정부의 지원

우리 정부는 베네수엘라 이주민‧난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에 동참하면서 양국 간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고려하여 2019년 146만 달러, 2020년 200만 달러 등을 지원하였다. 먼저 2019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서 96만 달러를 지원하고, 콜롬비아 보건부 주관‘베네수엘라 임산부와 신생아 보건지원사업’에 50만 달러를 지원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임산부와 신생아 보건지원사업은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에서도 가장 취약계층인 임산부와 신생아의 보건, 의료 지원이라는 점에서 콜롬비아 정부가 우리 정부 지원에 대한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2020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100만 달러를 지원하고, 국제이주기구(IOM) 등 국제기구를 통해 각각 5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아울러 콜롬비아 기업혁신청(INNpulsa) 주관‘사회적 기업지원 사업’을 통해 50만 달러를 지원하였으며, 이는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창업 또는 소득 창출 등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5.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고단한 현실

일단 콜롬비아로 들어왔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여파로 인한 콜롬비아 경제 침체 상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베네수엘라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겹쳐서 그들의 콜롬비아 생존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가. 일자리 부족

콜롬비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에 들어온 이주민 10명 중 2명이 무직 상태(21%)에 있다. 그나마 일감을 갖고 있더라도 그들의 90% 이상이 건설 현장, 가사 도우미, 공장 등 주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신분증명서나 출입국 서류도 없이 들어와서 불법 체류 신분이 된 이주민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구걸에 의존하게 되고 있다.

나. 열악한 주거 환경

유엔난민기구 2019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77%의 이주민이 허름한 주거지 하나를 공동으로 임대하여 방 한 개씩을 나눠 쓰면서 임대료를 내고 있다.

다. 교육 혜택 부족

아동의 55%가 정규 학교 교육을 못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소정의 출입국 서류를 구비하지 못한 채 무작정 입국한 이주민 자녀들의 경우, 신분 증빙서류 미비로 입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복 구매, 학용품 구매 등을 위한 재정 부족 문제도 일정 부분 거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라. 의료혜택 부족

베네수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콜롬비아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민 중 79%는 기껏해야 보건소 치료를 받고 있으며, 21%는 적절한 신분 증빙서류가 없어 이렇다 할 치료를 못 받고 있다.

마. 음식 부족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3월부터 강력한 방역 조치가 시행되면서 임시 거처와 음식 의 제공이 중단되자 끼니를 거르는 이주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콜롬비아에 진출한 국제기구 및 NGO 연합체(GIFMM) 조사에 따르면, 2020년 7월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 42%는 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고 있다.

바. 인권침해 및 외국인 혐오증 피해

이주민의 49%는 단지 베네수엘라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감을 느꼈다고 조사되었다. 조사대상자의 65%는 월 최저급여 미만을 받고 있으며, 11%는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고, 임금을 미수령하였거나, 1주 50시간 또는 그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콜롬비아 1인 법정 주간 노동시간은 48시간).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유입 초반에 콜롬비아 국민은 인도적 관점에서 그들을 환영하고 지원하는 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주민의 유입이 확대되고 콜롬비아의 경제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가 확산되면서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유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2019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콜롬비아 국민의 60~65%가 베네수엘라인의 유입에 부정적이었고, 62%가 주재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주요 도시 주민들은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유입된 후 치안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주민 범죄자 검거율을 보면, 보고타(27%), 쿠쿠타(22%), 과히라(7%), 바랑키야(7%), 부카라망가(4%) 등으로, 이 지역들은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최근 3년간 베네수엘라 이주민에 대한 처벌은 기관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절도, 밀매, 마약 운반, 상해, 인신매매, 무기운반 등에 집중되었다.

한편, 최근 로페스 보고타 시장은 보고타에서 체포되는 범죄자 중 베네수엘라 국적이 많다고 했는데, 이에 콜롬비아 야당, 인권단체, 시민단체 등이 반발했으며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일었다. 보고타 시장은 보고타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인‘트란스밀레니오’버스에서 발생하는 범죄자 중 52%가 콜롬비아 국적, 48%가 베네수엘라 국적이고,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 약 25%에 달하는 이주민이 콜롬비아 마피아에 고용되어 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5. 콜롬비아 정부의 고민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난민과 이주민의 유입으로 콜롬비아의 정치, 경제, 사회, 치안 등 전반에 걸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젊은 층의 유입이 노령화 추세에 있는 콜롬비아 노동시장에 장기적으로 활력을 줌으로써 노동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콜롬비아 정부 앞에 놓여 있는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콜로비아 정부가 안게 될 경제적, 재정적, 사회적 부담 외에도,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유입이 콜롬비아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주민의 콜롬비아 시민권 신청은 2014년 2만 2천여 건에서 2018년~2010년 14만~16만 건으로 급증하였다. 급증한 배경을 두고, 항간에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가 2022년 콜롬비아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콜롬비아 신분증 구매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2020년 10월 두케 대통령궁에는 매우 신뢰할만한 소식통을 통해 마두로 정부가 다량의 콜롬비아 시민권 확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되었다. 실제로 마두로 정부의 비밀경찰 요원이 콜롬비아에 잠입하여 250만 페소로 콜롬비아 신분증 다량 구매를 시도하다가 적발되었다.

2019년 상반기 유엔난민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이주민 중 58%가 콜롬비아에 영구히 남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의 확산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일시 귀국했던 사람들의 80%가 향후 3~6개월 내 한 명 이상의 동반자를 데리고 콜롬비아로 재입국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의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콜롬비아는 자국의 경제 회생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외에도, 베네수엘라 이주민 대응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제사회에 지원을 계속 호소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이주민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12월 6일 마두로 정부 주도로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여당이 91%를 차지하며 국회 의석 절대다수를 확보하면서 마두로 정권은 야당 통제하에 있었던 국회를 탈환하게 되었다. 이로써 마두로는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군대, 경찰 등 모든 국가 권력을 장악하여 국내적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과이도 임시대통령은 이렇다 할 저항 지도력을 보이지 못한 채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고 야권의 구심력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020년 12월 6일 20여 명의 베네수엘라인을 태우고 베네수엘라 북부를 출발하여 인근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향하던 배가 실종된 후, 12일에 인근 해상에서 23구에 이르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익사한 시신 중에는 여성과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었다. 이번 비극은 부실한 배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탄 채 항해를 감행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는 약 4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이주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현재로서는 그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참고 자료

Konrad Adenauer, La crisis de Venezuela y su dimensión internacional: una lectura

desde Colombia 2019

UNHCR, Colombia Monitoreo de Protección (2019.1~6)

OVM(Obervatorio Venezolano de Migración), Reporte situacional: situación de

migrantes venezolanos recientes (2020)

Migración Colombia, Proyecto Migración Venezuela (reportaje ed. 18, 2020.11)

Migración Colombia, Radiografía <Venezolanos en Colombia> (2000.9.30.)

BBC news, Crisis en Venezuela: 5 cosas que están cambiando en Colombia con la

llegada de 2 millones de inmigrantes (2020.2.17.)

El periódico <Dinero>

El periódico <Tiempo>

El periódico <Espectador>

El periódico <La Opinión >

La Revista <Semana>. 끝.